2020
| 저자 | 김경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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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옥상에 빨래를 넌다
빨래란 게 별건가 지나간 것들이지
지나간 여름 지나간 셔츠 얼룩진 이불
지나간 일들 지나간 사람 얼룩진 이름
빨랫줄에 걸린
거두지 못한 빨래들
늦가을 밤바람에 기우뚱
옥상 센서 등 켜진다
느닷없이 꺼졌다 켜진다
항아리치마 환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 속 빨간 금붕어 두 마리라도 있나
바람물결 일으키며 헤엄이라도 치려나
센서 등 켜졌다 꺼진다
별건가 다시 빨래를 넌다
옥상 한구석 빈 항아리

김경후 ■
199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김현문학패>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