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한영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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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방금 씻어 정리한 미나리랑 부추랑
마음껏 가져다 넣으며 두께를 맞춘다
한꺼번에 많이 내놓으려 아낀 것인데
아끼는 것만큼 많아지는 것 아니었다
당신 밀어내는 것으로 잘못 작동되는
자꾸 멀어지는, 멀어지면서 더욱 빠르게
묽어져 가는 진심, 울상 되고야 말았던
쓸쓸한 법칙이 야금야금 스며들었으리
꽃구경은 내년 봄에나 가면 되는 거지
단풍 구경은 단풍 더 붉어야 가는 거지
당신에게 쑥 자란 마음 쏟겠다는 속내
입 밖으로 내진 않았으나 다 아시면서도
섭섭함 내지 않던 묵묵한 당신 잡수시게
남은 마음 전부 털어 마음껏 전을 부친다
오늘은 미나리랑 부추랑 제일 싱싱한 날
제철 맞춘 두툼한 전 지글지글 익는 날
오늘은 오늘 놓치면 세상없어도 안 되는
먼 곳에서 한 땀씩 공들여 내어준 그 날.

한영옥 ■
197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다시 하얗게』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