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유성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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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위하여
골목 끝 회색 벽돌집 그 남자는
지난여름 소나기처럼 내게 온 천사
날개 대신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저씨라네
만삭인 나를 용케도 알아보곤
쯧쯧, 많이 먹어야겠네 했지
그날부터 난 매일 아침
모닝 천사가 되기로 했지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나의 천사에게 건네는 아침 인사쯤이야
남자는 함박웃음 반 사료 반
밥그릇 넘치게 담아주었네
몸 풀고 나니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지
아비는 사나흘에 한 번 얼굴만 비치는데
젖먹이 아이들은 그새 커서 나가자고 보채네
아싸, 2박 3일 휴가 중인 그 집은 우리들 세상
텃밭의 상추 다치지 않게 까치발을 들고
꽃밭에 만발한 장미는 가시를 조심해야 해
잘 깎아놓은 잔디밭은 뛰어놀기엔 그만이지
이참에 아예 이사를 올까?
잠깐 고민 좀 하려는데
휴가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
어머, 어머, 탄성을 지르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야단법석이네
바로 지금이야, 너희들은 재롱을 피우거라
내일 아침엔 특식이 쏟아질테니
얘들아, 발바닥 땀 나도록 뜀박질은 괜찮은데
똥만큼은 눈에 띄지 않게 응?
천사들에게도 싫은 것은 있단다
향기로움만 담고 싶은 천사들의 정원에
고약한 냄새를 허락할 순 없을 터
손바닥만 한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천사에겐
집은 소중하니까
훗, 우리네 길냥이에겐 발 닿는 곳 어디든 내 집이잖니!

유성애 ■
2016년 《문학의오늘》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세상 모든 우산은 잃어버릴 우산이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