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tra Form Output
저자 마종기 

사소한 은총

 

 

 

아침 햇살이 오늘은 말이 적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나를 본다.

어차피 잔잔한 아침 햇살도

저녁 햇살과는 형제간이겠지만

내 주름진 피부를 밀어내지 않는다.

​

숲길의 나무가 몸에 좋다기에

그 숨소리로 얼굴을 씻는다.

햇살이 웃으며 내 손을 잡는다.

온순하고 착한 빛깔 속에

젊어서 억울하게 죽은 내 동생,

아직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그러면 저 나무의 숨소리가

동생의 살아있는 넋일까.

눈치 보며 나무 둥치를 안고

오래 아파온 가슴을 쓰다듬는다.

피보다 우리는 더 가깝다며

동생이 오히려 나를 다독인다.

아침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

 

 

 

 

 

 

 

 

 

 

 

 

 

 

 

신작시_마종기.jpeg

마종기 ​​■

195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조용한 개선』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마흔 두개의 초록』 등이 있음. ​

​

​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