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박남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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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거짓말
색이 또 거짓말을 했다
겨울에 개나리가 피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
그때 눈이 개나리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색을 숨기고 계절을 말하는 몸에 대하여
무슨 설득이 더 필요했을까
색은 안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겉만 보여주었다
옷은 바꿔 입으면 그뿐일까
옷을 벗은 맨몸은 왜 거짓말을 못할까
나는 색에게 고백을 했다
몸을 열어 안까지 고백을 했다
바보 같았다
색은 안에서 수많은 색을 토해냈다
황홀한 거짓말 같았다
나는 그때부터 색의 거짓말을 사랑하게 되었다
색은 안과 밖이 따로 없었다
계절의 조화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물속에 빠져 출렁이는 일이
색의 조화라는 것을
일찍이 물총새는 알고 있었을까
새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가 새가 되는 일도
색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세상의 허기진 것들은 이미 몸으로 터득했을까
색이 거짓말을 할수록 세상은 점점 활기를 띠고
나는 바보처럼 또 색에게 고백을 했다
내 몸의 색을 바깥은 어떤 계절로 설명할 수 있을까

박남희 ■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고장난 아침』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