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박미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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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성곽
접었다가 펼치며 다가오는 계단
등 뒤를 따라오는 새벽
발바닥 닿을 때마다
성곽이 점점 또렷하게 찍힌다
육백여 년 전 한양도성과
싱싱한 서울이
같은 공간 같은 속도로 달린다
성벽 안쪽에선
황금빛 태양이 다 자란 손을
뻗어 빌딩들을 만든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정지 포즈로 앉아 있던 하얀 쥐
내가 일어나자 흰쥐가 덩달아 일어난다
나는 흰쥐를 타고
시간을 부수면서 달린다
성벽 바깥쪽에선
허름한 새벽밥 냄새가 바쁘게 움직이고
저 아래에서 무거운 성곽 돌을 등에 진
조선 남자가 힘들게 올라오다 사라지고
내려가던 나도 사라진다
빈틈없이 쌓인 돌쩌귀처럼
빈틈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삶인지 아는,
팽팽하게 박힌 돌 너머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이 펼쳐진다

박미산 ■
2008년 《세계일보》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