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윤명수 | ||
|---|---|---|---|
군고구마
동성로*의 겨울은
눈 내리는 밤으로 이슥히 깊어 가고
늦은 귀갓길은
출출한 뱃구레로 깊어 갔다
도로변 한 귀퉁이에서
허름한 노인이 손을 호호 불며
군고구마를 팔았다
고구마를 굽고 있는 드럼통도
속이 얼어붙는지
이글이글 장작불을 지피고 있었다
지갑이 마음을 열면 노인이 따뜻하고
드럼통이 문을 열면 내가 따뜻했다
헌 신문지로 둘둘 말아 껴안으면
허기도 한 발 물러섰다
잘 익은 군고구마 한 봉지가
동치미 사발 앞에서
속을 꺼내놓고 노랗게 웃었다
*대구광역시 소재.

윤명수 ■
2006년 《문학세계》 등단. 시집 『청개구리가 뛴다』 『작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