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최금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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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에 개들이 흘레붙는다
이 저녁에 개들이 흘레붙는다
얼마나 더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이 가고
대신 간절한 생활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게 다가올까
개들이 엉덩이에 머릴 묻고 골똘히 출산을 생각한다
제 얼굴을 가랑이에 대고 저녁을 거꾸로 핥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항문 같은 것이다
더러운 구멍 속에 손을 넣고 꺼낼 수 있는 것이라곤
흘레 끝에 낳는 제 새끼의 피 묻은 얼굴뿐이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배신하며
아픔에 대해 능숙한 개처럼 짖을 수 있게 된다
저녁의 개들이 신나서 깡충거린다
배가 불러오는 암컷들이 조용히 움막에 들어가 눕는다
암컷의 슬픔, 암컷의 고통
암컷은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을 벌기 위해 망각하며, 발버둥치며
마침내 궁지 몰린 저 노란 민들레가 발톱을 세우고 이를 드러낸다
이빨로 질겅질겅 서로의 귀를 씹으며
개들이 흘레붙는다
개들이 사라진 뒤에 남은 정액 냄새가 허연 거품 같다
허연 한숨 같다
사랑을 하지 않고도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
왔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버겁지만
우리는 또 가만히 서로의 등을 올라타서는
말한다
내가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 것인가
우리는 누군가 싸놓은 똥
부패하기 위해 혹은 시들기 위해 잠시 사랑을 말하는 노란 민들레꽃
입과 항문의 냄새
저녁의 개들이 흥에 겨워 흘레붙는다
어스름이, 창문에 거리에 손등에 올라탄다
웃으며, 컹컹

최금진 ■
2001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등단. 시집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