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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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금진 

이 저녁에 개들이 흘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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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에 개들이 흘레붙는다

얼마나 더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이 가고

대신 간절한 생활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게 다가올까

개들이 엉덩이에 머릴 묻고 골똘히 출산을 생각한다

제 얼굴을 가랑이에 대고 저녁을 거꾸로 핥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항문 같은 것이다

더러운 구멍 속에 손을 넣고 꺼낼 수 있는 것이라곤

흘레 끝에 낳는 제 새끼의 피 묻은 얼굴뿐이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배신하며

아픔에 대해 능숙한 개처럼 짖을 수 있게 된다

저녁의 개들이 신나서 깡충거린다

배가 불러오는 암컷들이 조용히 움막에 들어가 눕는다

암컷의 슬픔, 암컷의 고통

암컷은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을 벌기 위해 망각하며, 발버둥치며

마침내 궁지 몰린 저 노란 민들레가 발톱을 세우고 이를 드러낸다

이빨로 질겅질겅 서로의 귀를 씹으며

개들이 흘레붙는다

개들이 사라진 뒤에 남은 정액 냄새가 허연 거품 같다

허연 한숨 같다

사랑을 하지 않고도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

왔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버겁지만

우리는 또 가만히 서로의 등을 올라타서는

말한다

내가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 것인가

우리는 누군가 싸놓은 똥

부패하기 위해 혹은 시들기 위해 잠시 사랑을 말하는 노란 민들레꽃

입과 항문의 냄새

저녁의 개들이 흥에 겨워 흘레붙는다

어스름이, 창문에 거리에 손등에 올라탄다

웃으며, 컹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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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

2001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등단. 시집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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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