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신혜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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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샐러드
선을 넘으면 겨울에서 여름으로 즐겨찾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동남아의 식당에서 바나나꽃이 들어간 샐러드를 먹으며 생각했지. 이 메뉴에는 온갖 계절이 다 들어 있거든. 바람이 실어 나른 것들이. 한여름 더위에 패딩 점퍼를 걸친 사람들처럼 말이야.
나는 순간 조금 늙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선을 넘기란 얼마나 간단한가에 대해 밤새 이야기하다가 결국 선을 넘지 못했다. 계절은 기류에 갇혀 달아올랐다. 지독한 고립, 그것은 오히려 청명한 하늘처럼 아이러니였다 ㅡ 유리벽 안에 갇혀 바라보는.
컨테이너에 갇혀 죽음과 자유의 선상에서 한 방울 담수를 갈망하는 난민의 절박함. 거기엔 선명해서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 마실 수 없는 해수면에 떠서 갈증이 신기루인지 신기루가 갈증인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환영.
그리고 시간이 흘렀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뿐이었다. 정지된 습도가 표면들에 들치근하게 달라붙었다. 손가락으로 스윽 그어버렸다. 선이 선을 지우고 있었다. 입을 달싹일 때마다 짠맛이 났다. 선을 지워버리고 나자 넘을 선이 없어져서 조금 슬퍼졌다.
바람이 불었다. 지워진 선들이 희미하게 말라가는 동안 계절은 제풀에 지쳐 다시 떠난 곳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신혜정 ■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라면의 정치학』,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