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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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형렬 

그대 밤에 익선동을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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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혼자 우울한 건가 우리 모두가 우울한 건가

아니면 이 시대가 통째로 우울한 건가

누가

사랑의 이름으로 정치를 하고 시를 쓰고 있나

 

우울이 우울을 우울하게 하고 절망이 절망을

절망하게 하는 나날들

정적의 고궁 앞 율곡로 건너편이었죠

 

보도블록을 골라 밟으며 건너가고 있었죠 나는

그때 갑자기, 골목 안에서

사람들 말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골목 안은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여기가 서울 맞아요?

그때 서울이 잃어버린 그 먼 어느 옛날을 떠올렸다

불행했지만 행복한 시절

밤의 그 시간들이 돌아온 걸 그때 보았다

 

나는 살 거예요, 나는 일어설 거예요, 그래요

나는 살아있어요, 나는 죽어 있지 않았아요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요 나는 친구를 만날 거예요

하고 외쳤다

 

나는 자신에게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밤이

이렇게 즐거운 시간임은 몰랐음을 고백한다

죽은 것 같았던 밤의 골목에

젊음과 말과 사랑의 불을 밝힌 사람은 누구인가

 

서울의 밤이 우울하고 어둡고 절망적일 수가 없다

나는 그 거리에 어서 밤이 오길 기다린다

밤은 누구나 혼자선 견딜 수 없는 시간이다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희망은 그 밤 속에 있어요

 

나는 내일 친구 만나러 그 익선동에 가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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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고형렬.jpeg

고형렬 ■

197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대청봉 수박밭』 『유리체를 통과하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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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