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이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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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돌, 사과 깎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빛 속에
감자가
사과가
돌들이 뒹굴고 있다
(구부러지고 있는 곳은 아직도 길이라고 불렸다)
한 손에 칼을 쥐고
또 한 손에 감자를
아니
또 한 손에 사과를
아니
또 한 손에 돌을 쥐고
깎기 시작하면
처음은 어렵지
사과에
돌에
감자에
칼날을 대고
(안에는 멈칫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
숨죽이면
아카시아꽃 날리고
딸기 익고
아삭아삭
울퉁불퉁
사각사각
심장이 갈리도록
지구의 복도
한구석에서
늘 조금 뒤에까지
늘 조금 더 울고 있는 것
(칼에서는 새어 나오는 것이 있었는데
빛은 뚝뚝 잘렸다)

이원 l
1992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사랑은 탄생하라』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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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