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한승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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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쪽
남은 화장품 샘플을 차 안에 쏟아놓고
학습백과와 에어컨 팔다 들어온 사무실
정작 영업 나가고 빈 사무실은 염천이었네
뿌연 김 서림을 벗는 판매 실적
‘잎의 안쪽은 분홍색이나 보라색을 띠고 땀을 분비하네
순진한 파리, 호기심 많은 딱정벌레, 정처 없는 개구리가
땀의 안쪽으로 뛰어드는 순간 두 잎은 손뼉을 쳐!
소화액을 분비해서 분해하고 흡수하지’*
바깥은 염천이라 차 안이 시원해 보였겠지!
이름 없는 파리도 어쩌다 할부 인생과 동행했는지
시동 꺼지면 이 안은 지옥으로 변할 거야
환하게 터진 다섯 개의 꽃잎은 파리지옥
지옥과 천국은 꽃잎 한 장 차이라는 학습백과
파리와 딱정벌레와 개구리의 꿈은 하얀 땀으로 터지고
*디니얼 샤모비츠의 「식물의 감각법」에서 촉각을 이용한다는 파리지옥을 변용함.

한승태 l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바람분교』 『사소한 구원』, 산문집 『#아니마』가 있음. 〈실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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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