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tra Form Output
저자 박주하 

     

 

 

 

  밤

 

     

    

              

    그 봄 내내 입이 열리지 않았다

   닫힌 입속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일들이 무너졌다

   폐허에 매몰된 나를 지켜보는

   어둡고 고요한 눈

   검은 피부에서 흘러나온 그의 눈빛은

   외롭고 슬펐다

   닫힌 마음의 그림자들 틈에서

   하품을 하며 자란 그는

   오래 굴린 침묵의 뒤란에 가서

   컹, 한번 짖어보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아주 먼 곳에서 달려온 소식처럼

   바람의 냄새를 풍겼다

   타닥타닥, 서두름 없이 마루를 걷는

   그의 발소리가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정원을 다녀온 그가

   나를 세차게 흔들며

   눈을 뜨라고 했다

   힘없이 늘어진 나의 팔을 끌어당기며

   일어나라고 했다

   나의 손바닥을 핥으며

   밥을 좀 먹으라고 했다

   유일한 가족처럼 다정하게

   함께 뒹굴며 티비 채널을 돌리고

   서로의 숨소리를 찾으며

   팔을 베고 잠들었던 그 봄

   밥 대신 말 대신

   구부러진 시간에 엉켜 살다가 떠난

   나의 사랑하는 개 같은

 

 

 

 

    

 

 

 

 

 

 

 


 

신작시-박주하.png

박주하  I

1996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항생제를 먹은 오후』 『숨은 연못』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등이 있음.

 

 

 

 

—

2022년 7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