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허향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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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의 비망록
그랬다
오두막 자그마한 창가로
엄지손톱만 한 이파리 하나
파르르 떨고 있을 때
공중은 아마도 설레고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생각하다가 설레다가 쿵,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
아름다움은 슬픔의 원천이었다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판에 박힌 장례식장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유기농 식당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대접하고 싶다던 그녀,
조의금도 받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을 전하는 열일곱 살 상주의 눈에 고인
그녀의 미소는 박꽃처럼 환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사전 장례식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하늘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어느 겨울날
생일처럼 파티를 하는 거야
하얀 커튼에 하얀 무명 테이블보를 깔고
농막으로 지인들을 초대하는 거야
그날의 의상 컨셉은 화이트 앤 블랙
소맥에 시낭송도 하고 카더가든의
'명동콜링'도 부르는 거야
머지않아 일어날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눈부신 소멸을 꿈꾸며
아직 오지 않은 날의 비망(非望)
겨울을 살아낸 갈대들
요란하게 춤추며 봄 안으로 들고
저 너머 저수지는
가슴 한복판에서부터
갓 태어난 윤슬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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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숙 ㅣ
2018년 《시작》 등단. 시집 『그리움의 총량』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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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