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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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정 

  

 

 

 

 

 메두사의 뜨개질

     

    

 

      

   지하철 플랫폼 의자에 앉아

   산발한 머리칼로 뜨개질하는 여인을 본 적 있는가

 

   다들 보이는데 본체만체 지나간다

 

   입은 조물조물 움직이되 소리가 없고

   손길은 날렵하되 매듭지어진 형체가 없으니

   한 올 한 올 풀리는 머리칼이 가히 공기의 혈관 같아 보였다

 

   무슨 수(數)를 되뇌는가

   어떤 보이지 않는 이름을 부르며 거기 입힐 시간을 꿰매는가

  

   한참 바라보자니

   누가 그 앞에 우뚝 선다

  

   몸매는 훤칠하되 발목 아래가 없고

   인물은 단아하나 동공과 콧구멍이 허옇게 꿰매져 있는 그를

  

   오직 나만 본 걸 수도 있다

 

   지하철이 빠르게 들어온다

 

   손끝이 따끔하고 눈이 침침하다

   잔뜩 길어진 머리칼을 등짐인 양 짊어지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모든 숨구멍 틀어막고 헌 옷을 벗어 던진 시체가 드러누워 있다

  

   창밖은 어둠뿐이나

   여인이 여직 밝게 유리에 붙어 다 꿰맨 옷을 흔들어 보인다

  

   짊어진 머리칼을 풀어 창가에 걸었다

   양쪽 견갑골 부위 솔기가 아직 덜 여며져 있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이 땅밑에 갇혀 다시 바다가 된다는 걸 새삼 알았기 때문이다

 

    

 

 

 

 

 

 

 

 

 

 


 

신작시-강정.png

강정  I

1992년 《현대시세계》 등단. 시집 『처형극장』 등, 산문집 『파충류심장』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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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