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박완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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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모란역 지하도 편의점 옆 모퉁이
볼품없이 찌그러진 깡통 하나
오갈 데 없이 웅크린 노인처럼 찌그러져 있다
몇십 번을 쥐어짜 봐도
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텅 빈 생애가 며칠째 한자리에 노숙 중이다
바닥을 치는 뒷굽 소리가 잦아들 때마다
간장 종지만 한 눈이 동그래져서는
고장 난 탐조등처럼 잠깐 두리번거리다 마는 노인의,
검버섯 핀 얼굴이
저절로 켜졌다 꺼졌다 하며
한낮의 어둠을 헤매고 있다
반쯤 찬 소주병을 옆구리에 끼고
무슨 말인지를 자꾸 중얼거리는
그의 한쪽 다리가
절반쯤 어둠 속에 잠겨 있다

박완호 l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아내의 문신』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내 안의 흔들림』 등이 있음.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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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