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여태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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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곳이 없다
모든 게 분명해졌다.
밤이 끝나면 아침은 늘 그렇게 온다.
뭐지 그 표정은
왜 그렇게 웃는 거야?
겨우 일부만 살아남은 뭉개진 표정으로
기억에 의지한 채 묻는다.
안 봤으면 좋았을까.
힘드네.
목소리는 낯설지만
얼굴은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 말을 듣는 건 누구나 힘들다.
어떤 거미는 사랑하는 이를 칭칭 동여매고 집어삼킨다는데
서로를 알고 있다는 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그곳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아침에
지고 만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지만
삶은 언제나 힘에 부친다.
어제의 사랑이 씻겨나갈 것만 같아
칫솔에 물만 적셨다.

여태천 l
200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스윙』 『국외자들』이 있음. 〈김수영문학상〉〈편운문학상〉 수상. 현재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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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