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오윤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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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그 애
그해, 그 애 있잖아 정확히 언제 적인지 몰라도
그해,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아는 그때
맞아 그해, 그 애, 이름은 몰라도 그 애라고 말하면 아아 그 애 하는, 저만치 버려두기에 알맞은 혼자, 한 번도 꺼낸 적 없는데 이미 다 드러나 버린
그해 곁에 그 애, 그 애 곁에 나는 늦더위처럼 징그럽게 달라붙어 질척거렸다 그해엔 비가 자주 내렸던가 그해엔 말라 죽지 않는 풀들 그해엔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들 고양이 등 위로 한 번에 무너지는 담장과 절망이 웃자라는 기쁨
그해엔
그 애만 동그마니 남아서
하루가 참 길다 그치?
툭툭 공을 걷어차면서 사는 게 지겨워
그해엔 조금 더 커다란 우산이 필요했던 것 같아 혼잣말을 여럿이 배웅하면서 그해엔 꽃보다 더 많은 가시들 흑백사진 속으로 끼어드는 수줍은 낯빛처럼
그해엔 몸짓도 웃음도 그늘도 세계와 안개와 개와 신들이 나란히 그 애 속에서 그 애 안으로 존재를 증명하느라 바빴다 그 애에겐 무한정 무렴한 문장들
한 번쯤 용서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발이 닿지 않는 수렁에 빠지면 절대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마 벌써 당도해버린 적막 완벽한 건 숨긴 하나를 추궁할 때
그해에 그 애, 알고도 모르는 그해 그 애
결국 그 애, 그해라 말하고 그 애 울어야 하는
냉장고를 감상하는 법
풀기보단 쭈욱 찢는 감정이 편해 검정 봉지들을 널어놓고 속은 몰라도 좋아 던져버려도 좋아 온통 모르고도
어쩌자고 감당해내던 전부
오래 보관한 말들이 녹는 동안 막다른 곳을 닦아 냈다
나의 지나간 계절로 가서 먼지가 될지 얼룩이 될지 될지 말지 저길 좀 봐 저기, 가랑이를 벌리고도 성큼 이행하지 않는 한 걸음
썩지 않는 기억이 있고 섞이지 않는 불안이 있고 두부와 두부와 두부와 이 달걀은 껍질이 너무 얇아서 속이 훤히 다 보여
토닥토닥 위로해도 달래지지 않는 여러 번
다정한 방치 속 조용조용 죽어가는 노력들
물컹한 오이와 말라비틀어진 가지를 버렸다 버림을 한 번 더 이해하기 위해 동결은 단박에 속부터 얼어붙는 일
냉기를 가동할 땐 탈취된 숨을 후, 후, 후, 나른한 투지와 안간힘이 동원된다

오윤경 l
2020년 《시와반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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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