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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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윤경 

 

 

 

 

                   

그해, 그 애

  

 

 

   

  그해, 그 애 있잖아 정확히 언제 적인지 몰라도

 

  그해,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아는 그때

 

​  맞아 그해, 그 애, 이름은 몰라도 그 애라고 말하면 아아 그 애 하는, 저만치 버려두기에 알맞은 혼자, 한 번도 꺼낸 적 없는데 이미 다 드러나 버린

 

​  그해 곁에 그 애, 그 애 곁에 나는 늦더위처럼 징그럽게 달라붙어 질척거렸다 그해엔 비가 자주 내렸던가 그해엔 말라 죽지 않는 풀들 그해엔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들 고양이 등 위로 한 번에 무너지는 담장과 절망이 웃자라는 기쁨

 

​  그해엔

 

​  그 애만 동그마니 남아서

 

​  하루가 참 길다 그치?

 

​  툭툭 공을 걷어차면서 사는 게 지겨워

 

  ​그해엔 조금 더 커다란 우산이 필요했던 것 같아 혼잣말을 여럿이 배웅하면서 그해엔 꽃보다 더 많은 가시들 흑백사진 속으로 끼어드는 수줍은 낯빛처럼

 

​  그해엔 몸짓도 웃음도 그늘도 세계와 안개와 개와 신들이 나란히 그 애 속에서 그 애 안으로 존재를 증명하느라 바빴다 그 애에겐 무한정 무렴한 문장들

 

​  한 번쯤 용서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발이 닿지 않는 수렁에 빠지면 절대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마 벌써 당도해버린 적막 완벽한 건 숨긴 하나를 추궁할 때

 

​  그해에 그 애, 알고도 모르는 그해 그 애

 

  ​결국 그 애, 그해라 말하고 그 애 울어야 하는

 

 

 

 

  

 

 

                                                         

냉장고를 감상하는 법

 

 

 

   

  풀기보단 쭈욱 찢는 감정이 편해 검정 봉지들을 널어놓고 속은 몰라도 좋아 던져버려도 좋아 온통 모르고도

 

​  어쩌자고 감당해내던 전부

 

​  오래 보관한 말들이 녹는 동안 막다른 곳을 닦아 냈다

 

​  나의 지나간 계절로 가서 먼지가 될지 얼룩이 될지 될지 말지 저길 좀 봐 저기, 가랑이를 벌리고도 성큼 이행하지 않는 한 걸음

 

​  썩지 않는 기억이 있고 섞이지 않는 불안이 있고 두부와 두부와 두부와 이 달걀은 껍질이 너무 얇아서 속이 훤히 다 보여

 

​  토닥토닥 위로해도 달래지지 않는 여러 번

 

  ​다정한 방치 속 조용조용 죽어가는 노력들

 

​  물컹한 오이와 말라비틀어진 가지를 버렸다 버림을 한 번 더 이해하기 위해 동결은 단박에 속부터 얼어붙는 일

 

  냉기를 가동할 땐 ​탈취된 숨을 후, 후, 후, 나른한 투지와 안간힘이 동원된다

 

 

 

 

 

 

 

 

 

 

 


 

공시사의시선-오윤경.jpg

오윤경 l

2020년 《시와반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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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