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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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필 

 

 

 

 

 

 베케트의 노래

  

 

 

 

  (어느 시골 고등학교 무대 중앙에 앉아 있다. 낮은 지붕들의 불빛은 꺼졌고 커튼 뒤로 부품공장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희미하다.)

 

  나: 잠깐만. 시간 있니?

 

  (사이)

 

  (들키지 않으려고 잰걸음으로 가다가 멈춰 선다. 어둠 속에 동그마니 뚫려 있는 침묵. 거짓말을 생각해내려는 듯 왼쪽을 쳐다보며, 그러나 너는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한다.)

 

  너: 나, 가봐야 하는데. 무슨 일이지?

  나: 상상만 했지, 이처럼 값싸고 외로운 줄 몰랐지 뭐야.

  너: 뭐가 말인데?

  나: 작은 동전 속 우주 말이야.

 

  너:

  나:

  너: 그러니까 그가 스스로 우주를 만들었단 소리야 지금?

  나: 맞아. 오 아니야. 동전의 모든 걸. 동전의 일부를. 어쩌면 더 많은 동전을. 그는 만들었고 우리는 모두 한집에 살고 있어. 집 안에 이토록 많은 창문을 숨기고 있는 줄 몰랐지. 서로를 향해 뻗은 손들이 무섭도록 다정하고 우레와 같이 가여운 줄 몰랐지.

 

  너: 우리도 초대받은 걸까?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나: 그런 것 같아.

 

  너:

  나:

  너:

 

  나: (정면을 보며) 봐, 그가 해낸 일들을! 마술은 그에 비해 진부한 소리지. 하지만 썩 어울리긴 해. 목 늘어진 티셔츠처럼. 널 안아주는 누구도 네 집처럼 편안하진 않을 테니…….

  너:

  나: 그런데 여긴 왜 왔어?

  (관객들이 기다린다.)

 

  너: 전에 담임 선생님이 그랬어. 우리는 진실을 찾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고. 아니 적어도, 도망치는 걸 그만두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고.

  나: 너도 처음엔 도망가려고 했지?

  너: 맞아.

  나:

  너:

  나: 왜 마음이 바뀌었어?

  너:

  나:

  (너는 내 곁으로 와 앉는다. 우리는 무대 앞쪽에 나란히 앉아 다리를 흔들다가 뒷발로 벽면을 툭, 툭 찬다.)

 

  나: 그는 우리를 넓은 무대에 세웠어.

  너:

  나:

  너: (왼쪽을 보며) 괜찮니? 거기 위험하지 않아?

  나:

  너:

  나: 도망가지 않는데 안전할 수 있겠어? 절대 그럴 리 없지.

 

  너:

  나: 이 극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모르겠어.

  너: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지.

  (객석 뒤편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누가 라디오를 켰는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아마도 관객 중 한 명일 것이다.)

 

  나:

  너:

  나: 그럴지도 몰라.

   

  너: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풀피리의 노래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처럼.

  나: 그의 노래를 누가 가져간 것일까.

  너: 어쩌면 그런지도 몰라.

  나: 어쩌면……

 

 

 

 

 

 

 

 

 

 

 

 

 


 

신작시-이필.jpg

이필  I

2016년 《문학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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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