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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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전욱 

 

 

 

 

 

                               

체벌과 영혼

 

 

 

 

쓰다듬는다

 

너무 많이 걸어온 너의 손과

너무 많이 멈춰선 너의 끝을

 

혹이 크게 났어

꽃잎과 햇살

그치 바람결에도

 

함부로 마음이 갔다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돌계단 같은 피아노 위에서

씻고 먹고 자고

 

찬미와 하품

켜켜이 쌓인

 

크레인처럼

쓰다듬는다

 

너무 많이 갈라진 너의 손과

너무 많이 오므린 너의 끝을

 

손끝에서 시작되는 골목을 걷고 또 걸었듯이

 

쪽빛 하혈

 

받아 마시거라, 네 문장이 다할 때까지

이 소설이 입 벌릴 때까지

 

관객은 지척에 있었다

전율은 둘레를 지웠다

 

우리가 나눈 체위와 영면으로

우리의 증거를 지우고

우리의 진상을 밝힌다는데

 

서랍 속엔 때묻은 지옥 몇 장 남았을 뿐

 

늘이고 늘리고

부러트리고 부러트려도

우리는 영원히 풀지 못할 은유 속에서 정답을 말할 거야 별이 되어 밑줄이 되어 가장 두근거리는 깊이를 맞이할 거야……

 

 

 

 

  

 

 

                                  

해적

 

 

 

 

너를

안고 잘래 안기에는 너무 작고 안기기에는 너무 넓은

 

호수에 오리 한 마리가 없네 갑작스럽게

오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오리니까 우리가

오리였다니까……

 

으깬 감자처럼 부드러운 밤 아니

등짝

 

마르고 마른 너의 등에 파문이 일고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호수, 그러니까 너의

등이 비춰주고 있는

자아내고 있는

호수, 그러니까 너의 등뼈가 튀어나온

최선을 서성거리고 있으면

얼어버리는 거야 얼어붙은 몸 좀 녹여보려고 너를 안아 나의 품을 다 소진해 버리고 마는 거야

 

봐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오리

일까 대체 누가 오리일 수 있겠어?

 

호수가 뭐고

오리가 뭐길래

 

내 마음은 오리요 그대 노 거두시오

(이렇게 시작해야 했을 유명한 시가 있는데 들어볼래?)

 

오리배를 타고 심해에서의 추억을 되찾는 거야?

(너의 등을 타고

호수가 잘 보이는 창가로 가자

거기서 다시 살자)

 

너는 자주 뒤척거렸다 꿈이 얼얼하다고

머리가 텅 빈 가슴이 텅 빈

좋은 누나, 좋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너의 등은 백기를 들었구나

너의 등에는

너의 가슴이었던 흔적들

누군가 뛰어내린 흔적들

흔적과 씨름하던 흔적들

그 흔적들을 다시 또 쪼아먹고 있는

푸른 혁명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렇게 심장이 뛰면

아무도 못 알아볼 거야

 

내 안에 눌어붙은

너의 지문도

네 떨림까지도 떼어낼 수 있을 거야)

 

너를 꼭 안아서

나를 수습하고 있었다

가늠하고 있었어 세상의 끝과 우리의 모양을

 

*

 

나는 나를 저만큼이나 벌려놓았어

너를 꼭 안으려고

 

네가 너무 너라서

널 알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너의 등은 너의 뒷모습보다 쓸쓸하고 완전해 보여서

 

너는 너처럼 잠이 들고 너의 잠은 너의 밤보다 푸르거나 어두웠다

 

*

 

네가 싫지는 않아

네가 싫지는 않다는 게 너무 싫고 아프다는 게 문제일 뿐

 

그리고 이 문제의 답은

아무도 이 문제를 낸 적이 없다는 슬픔에 있고

 

너의 등은 나비

너의 등은 나의 왕관

너의 등은 하늘을 등지는 길목

너의 등이 나의 실체를 눈감아주었을 때부터

코끝은 시큰거리는 악기 같고…… 나는 그것을 완벽하게 연주하리라 다짐했다 나의 너머는 네 옆에 꼭 붙어있을 거라고

 

크고 위태로운

마르고 고요한

그러니까 더없이, 푸른

 

너의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벽을 두드리고

밤을 배웅하고

 

목구멍에 걸린 별들

호수로 모여든 해변과 검은 부리 오리들

 

대체 호수는 뭐고 오리는 뭐야

그런 게 있어

 

다 큰 우리가 나눌 만한

다 큰 내가 다 큰 너에게

전해주지 못할 어른 같은 게

 

 

 

 

 

 

 

 

 

 

 


 

강전욱.jpg

강전욱 l

2019년 《시와반시》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우리는 함께 이 소설을 이겨 내기로 했다』, 전자 시집『파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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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