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양해기 | ||
|---|---|---|---|
신문지
곧
사람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신문지를 반으로 접었다가 폈다가
그리곤 탈탈 털어내는
이 같은 행동을
지금 몇 시간째 반복하고 있는 사내
도서관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사내
오래된 신문지 한 장에
그토록 털어야할 것이 뭐가 있다고
접었던 종이를
또 다시 펴고 털어내고 있을까
어떤 충격에
생각이 부러지자 표정마저 사라진 사내는
계속해서 낡고 빛바랜 신문을
접었다 폈다 털기를 반복했다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강제로 사내가 끌려 나간 후
그가 펼쳐놓은 신문지에는
몇 해 전 새벽
이 도서관을 나서던
여고생 뺑소니 사망 사고가 실려 있었다

양해기 l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테라포밍』 『내가 내 몸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산문집 『꿈꾸는 밥솥』이 있음.
—
2022년 1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