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김원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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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장
시월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나무가 심하게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입김을 여러 번 불어 넣어 안경을 닦아야 할 때가 있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때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을 때
모두가 거기 있었지만
모두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엄마 나 축제 보내주면 공부 진짜 열심히 할거데이
덧니를 반짝이며 해맑게 웃던 아이가
상행선 열차에 꿈을 싣고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잠옷을 입고
영문도 모른 채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모든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예견된 일이라는 문장을 쓰는 순간
이건 소유권이 있는 문장이야
국가가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주인이 나타날 때까진
책임 소재를 따지는 방식으로
우리를 우리에 가두기로 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우리여서
누구나 우리일 수 있고
누구는 우리 속에 갇힐 수도 있다
꿈을 꾸는 아이들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어
그 어떤 태양도 태울 수 없을 거라 믿었다
누구나 믿었지만
누구도 필사적으로 믿지 않을 것이다
사물을 허물 때도 예고장은 나오므로

김원경 l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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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