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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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찬 

     

 

 

 

 키케로가 말한 것을 페트라르카가 받아 적었을 뿐 

    

 

     

   

     

  메아쿨파(mea culpa)) 메아쿨파, 는 라쿠나에서 나온다.

  라쿠나는 사유의 공백

  생각의 빈틈에서 솟아난다

 

  제주에 가면, 재주꾼 퀸스틀러(정확한 발음? 모르겠다: kÜnstler)를

  자처하는 갈매기가

  라쿠나(lacuna)를 외치며 자맥질한다

  불금의 금요일에 고작

  혼밥 타령

  혼작하는 시인 몇 명과

  빈 술잔에 파티나(patina)의 피막 같은 시간이나

  긁어낼 궁리

 

  토사가 쌓이는 고즈넉한 엊저녁 아니 불금에 입술 그을린

  오늘밤엔

  멸치 꽁댕이에 캔 맥주 한 깡통

  크악~

  고(故) 이승훈 선생을 모셔와 「오브제 쁘띠 아」(L'objet petit a)를

  꽁초 비벼 꺼버리면

  괭이갈매기가 똥 싸고 날아갈 것이다

  라쿠나가 풀리는 건 바로

  그런 때

 

      비 오는 날 물 끓이기, 나는 주전자 없이 바닷물을

      술잔에 끌어들여 손가락 뜨겁게

      메모한다

 

  모슬포 포구 어디쯤 들끓는 바닷물 한소끔 양은냄비에 퍼붓고

  미장센(MISE EN SCENE)

  격랑을 물 끓이면

  바다의 결정체가 하얀 눈송이로 휘날리겠지

  머리에 소금 덩어리를 뒤집어쓴

  초겨울의 내 이마

 

  핫바지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뿔피리는

  언덕을 넘지 못한다

 

  김영찬은 그런데 그런대로 시인?

  자아각하(Ego the majesty), 오 엄숙한 존재 김영찬은 그 자신이

  진실로 진저리치게 될

  세 번째 시집

  (12년이나 지나도록 아쉬울 것 없는)을 드디어

  밀어낼 요량인 바,

 

  1. 사랑이 사탕발림하게 될 때는,

  2. 머리에

  수류탄 핀을 뽑고, 아웅~

  3. 그럴 땐 되도록 사랑의 경계를 풀썩풀썩 단박에 건너뛸 것

 

             4. 욕망을 욕망하기 위한 욕망을 멍에 씌우고 제발

      이 왈츠에 맞춰줘!

 

  5. 그런데, 그게 그런데 그 일이 그렇게나 어렵고도 아름다워

  꿈 없는 밤에도

                         뜬눈으로 침대에 누워 침 흘리며

  6. 운다고 옛사랑이 달려 오랴만,

 

  7. 자숙해요!

     오얏이 오판한 오해가 어찌어찌 아찔한 오얏맛을 내던 차에

     여러분, 우리 모두 자중하고

  오얏나무에 합숙합시다!

 

  8. 쿨렁쿨렁 멜랑콜리 비릿비릿한 그 한 방울의 최음제

  최음효과 전혀 없음,

     그 바람에

  9. 맘속 깊이 수심 깊어지는 건 쉽게 줄 끊어지는

  G선상의 아리아에 체중 실린

  불협화음 탓

 

  10. 키케로가 말한 것을 페트라르카가 받아 적었다는 것뿐인데

  단지 그뿐인데

             이렇게 중세를 닮은 내 등짝이 근질근질

  가려운 날

     우화등선(羽化登仙)

 

  내 어깻죽지에 이름 모를 파충류의 날개가 힘차게 돋는다

 

 

 

 

 

 

 

 

 

 

 

 


 

신작시_김영찬.png

김영찬  l

2002년 《문학마당》 등단.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투투섬에 안 간 이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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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