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영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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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가 말한 것을 페트라르카가 받아 적었을 뿐
메아쿨파(mea culpa)) 메아쿨파, 는 라쿠나에서 나온다.
라쿠나는 사유의 공백
생각의 빈틈에서 솟아난다
제주에 가면, 재주꾼 퀸스틀러(정확한 발음? 모르겠다: kÜnstler)를
자처하는 갈매기가
라쿠나(lacuna)를 외치며 자맥질한다
불금의 금요일에 고작
혼밥 타령
혼작하는 시인 몇 명과
빈 술잔에 파티나(patina)의 피막 같은 시간이나
긁어낼 궁리
토사가 쌓이는 고즈넉한 엊저녁 아니 불금에 입술 그을린
오늘밤엔
멸치 꽁댕이에 캔 맥주 한 깡통
크악~
고(故) 이승훈 선생을 모셔와 「오브제 쁘띠 아」(L'objet petit a)를
꽁초 비벼 꺼버리면
괭이갈매기가 똥 싸고 날아갈 것이다
라쿠나가 풀리는 건 바로
그런 때
비 오는 날 물 끓이기, 나는 주전자 없이 바닷물을
술잔에 끌어들여 손가락 뜨겁게
메모한다
모슬포 포구 어디쯤 들끓는 바닷물 한소끔 양은냄비에 퍼붓고
미장센(MISE EN SCENE)
격랑을 물 끓이면
바다의 결정체가 하얀 눈송이로 휘날리겠지
머리에 소금 덩어리를 뒤집어쓴
초겨울의 내 이마
핫바지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뿔피리는
언덕을 넘지 못한다
김영찬은 그런데 그런대로 시인?
자아각하(Ego the majesty), 오 엄숙한 존재 김영찬은 그 자신이
진실로 진저리치게 될
세 번째 시집
(12년이나 지나도록 아쉬울 것 없는)을 드디어
밀어낼 요량인 바,
1. 사랑이 사탕발림하게 될 때는,
2. 머리에
수류탄 핀을 뽑고, 아웅~
3. 그럴 땐 되도록 사랑의 경계를 풀썩풀썩 단박에 건너뛸 것
4. 욕망을 욕망하기 위한 욕망을 멍에 씌우고 제발
이 왈츠에 맞춰줘!
5. 그런데, 그게 그런데 그 일이 그렇게나 어렵고도 아름다워
꿈 없는 밤에도
뜬눈으로 침대에 누워 침 흘리며
6. 운다고 옛사랑이 달려 오랴만,
7. 자숙해요!
오얏이 오판한 오해가 어찌어찌 아찔한 오얏맛을 내던 차에
여러분, 우리 모두 자중하고
오얏나무에 합숙합시다!
8. 쿨렁쿨렁 멜랑콜리 비릿비릿한 그 한 방울의 최음제
최음효과 전혀 없음,
그 바람에
9. 맘속 깊이 수심 깊어지는 건 쉽게 줄 끊어지는
G선상의 아리아에 체중 실린
불협화음 탓
10. 키케로가 말한 것을 페트라르카가 받아 적었다는 것뿐인데
단지 그뿐인데
이렇게 중세를 닮은 내 등짝이 근질근질
가려운 날
우화등선(羽化登仙)
내 어깻죽지에 이름 모를 파충류의 날개가 힘차게 돋는다

김영찬 l
2002년 《문학마당》 등단.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투투섬에 안 간 이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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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