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김종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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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실력이 아니라 운명이야”라는 말도
“운명이 아니라 우연이야”라는 말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한
이해되지 않는다
판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고
너를 위로하면서 나를 위로했다.
너는 작은 손을 꼬무락거리는 아이
이것은 규칙일 뿐이야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너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나에게 말했다
먼저 손을 내놓기 싫은 것은 본능일까
숨을 참으며 곁눈질을 하면
웅덩이만 보면 뛰어드는 신발들
첨벙첨벙 자르고 부수고 싸매면서
더 신나는 길을 만들어 줘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뛰어내리는 걸 즐기는
어린 너에게
점점 희미해져서 사라지기 전
시원하게 져주고 싶다
그런데 그것도 잘 안 된다

김종미 l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새로운 취미』 『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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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