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양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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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세탁소에서 교복 밑단을 늘려 만든
나팔바지 입고 펄럭이던 친구
밴드부에 들어가 트럼펫을 불었지
담뱃진에 절어 찐득해진 친구
동네 건달들과 어울려 다녔지
군대 가서 기상나팔, 취침나팔을 불었다는데
어느 날 지뢰를 밟아 산산이 부서졌네
나팔을 꼭 쥐고 아무렇게나 흙에 묻혀
캄캄한 땅속에서 나팔을 분다
가만히 땅바닥에 귀를 대면
구슬픈 취침나팔 소리가 들린다
태양이 땅속까지 스며든 여름날
그는 푸른 팔을 공중으로 뻗어 나팔을 분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주어 불자
붉은 나팔, 보랏빛 나팔 소리가 피어난다
나팔 속에 환한 전등을 켜고
어두웠던 땅속의 음표들을 공중으로 날린다
해가 중천에 뜨고
지상에서 허락된 시간이 지나자
그는 나팔 속에 들어가 웅크려 잠든다

양진기 ㅣ
2015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신전의 몰락』(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이 있음. 현재 성남고 교사.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