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정지윤 | ||
|---|---|---|---|
하늘소 독서실
창백한 조명 아래 듬성듬성 붙어 있다
책상을 끌어안고 책의 숨소리를 읽는다
책 속에 넘어야 할 산들이
차곡차곡 접혀 있다
책갈피 사이사이 보리수 그늘 냄새
책 속에 길이 있을까 활자를 따라간다
한곳에 오래 앉아 점점
굳어가는 등딱지
칸막이마다 구호들이 어둠을 견딘다
더듬이를 세우던 하늘소 하나가
차가운 침낭 속에서
우화를 꿈꾸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 하늘소 독서실에
수백 권 문제집을 몇 년째 갉아먹던
등 굽은 장수하늘소
어디론가 날아간다

정지윤 ㅣ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