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재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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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방법
천둥이 거리에서 몸을 푼다
앙숙을 찾아 헤매다가 생일을 맞는다
금요일 밤 돈도 없이 주점에 들어간다
기억은 자주 정지되고 부재중 통화는 늘어난다
부끄러움을 사들고 거리에 서 있는 시간들
늘 어른 흉내만 내는 비속한 환희의 거리
성탄절이 지나면 곧 의미 없는 나이가 늘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며 스팸전화를 차단해가며
난 죽은 사람이 아닌데
아름다운 무당을 찾아 이름을 바꾼다면 달라질까
저 언덕을 넘으면 오래전 약속이 기억나고
들판에서 잠을 자다 깨면 기도를 하겠지
흉이 되지 않는 뱀을 몸에 감고
황홀하게 뒤척이는 꿈을 꾸다 일어난 밤
아주 먼 후일의 이야기다
방법이 없는 밤을 지새운다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고 이름을 새기고
새로운 집을 작정하고 나서 불행을 맞는다
머리를 감다가 어처구니없이 울게 될 때
양치를 하다가 가장 더러운 모습으로 청승 떨 때
슬픔은 그저 조건일 뿐이다
별이 되거나 달이 되는 운명의 이름일 뿐
다행히 남쪽 항구로 향하는 버스는 늘 달린다
멍하니 손가락을 헤아리다보면 노을이 천천히 바다에 잠긴다

이재훈 ㅣ
강원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 등단.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저서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 『부재의 수사학』,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가 있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현대시작품상〉〈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