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류명순 | ||
|---|---|---|---|
휴직
방바닥을 지탱하고 서 있는 네 발이 피곤한지
작은방 창문에 누워 볕을 쬐는 나무 침대
지난날이 해진 모퉁이에 암각되어 한숨을 쉰다
새집으로 이사 오며 두 딸에게 사 주었던 나무 침대
쿵쿵 뛰는 아이들의 두 발을 받아 안아주고
누렇게 빛바랜 자국마다 잠 못 이루던 밤을 생각하며
고단한 몸을 쉬게 해줬던 시간들
이사할 때마다 잘 맞춰놓아도 주저앉는 다리
딸들이 다 떠난 지금 혼자 휴직 중인지 깊은 잠 빠져 있다
어떤 무게도 감당했던 튼튼한 다리였는데
이제 할 일을 다 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지
미안하다는 나지막한 소리로 삐걱대고 있다
한순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거구
젊은 날의 탄력을 다 잃은 채
스프링척추도 내려앉아 얇아진 내부가 안쓰럽다
삶이란 더 얇아지고 더 바닥으로 깔아져 내려앉는 것
가장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쉬고 싶은지
낡아져 누구의 휴식을 책임질 수 없는
고단한 체구로 비로소 누워 방바닥에게 말 건넨다
모처럼 편안한잠 자고 싶다고
자기 몸을 받아주는 바닥이 있어 고맙다고
안고 지고 온 삶을 내려놓고
그 곁에 지친 몸으로 눕는다

류명순 ㅣ
경기 안성 출생. 2012년 《시작》 등단. 시집 『새들도 변종을 꿈꾼다』가 있음. 〈동서커피문학상〉〈방송대학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