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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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동민 
  야시장(夜市場)



   길 잃은 이들이 한데 모였네 난리 통에 장이 섰네
   뿔뿔이 헤어진 이들은 전쟁이 끝나도 같은 악몽을 꾸네
   눈썹에 앉아 자리다툼 하던 별들이 하늘로 질끈, 뛰어들었네
   피난민들은 풀어진 신발 끈이나 부러진 발톱 같은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찾으려 모퉁이에서 쪽잠을 자네
   1일 6일, 2일 7일, 3일 8일, 4일 9일, 5일 10일에 장이 서네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매일매일이 장날이네
   그날도 장날이었네 가는 날이 장날이었네
   얼굴 전체가 아가리인 쓰나미가 별들을 아귀처럼 한 입에 삼키고
   군함이 쓰나미를 타고 몰려와 단숨에 깃발을 꽂은 그날이,
   장날이었네 시장이 온통 울음바다가 된 그날로부터
   길 잃은 이들은 지구를 떠나 고래 뱃속 같은 우주로 밀려왔다네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우주장이 섰네
   피난민들은 좌판에서 연명하며 검은 지구를 바라보네
   빗방울이 쌓이고 쌓여도 바람 한 자락에 무너지고
   눈송이에 눈송이가 덮이고 덮여도 빛 한줄기에 녹아내리네
   무한정한 기다림의 덤을 받고도 모두 슬피 우는
   상갓집처럼 북적이다가도 저수지처럼 고요한 우주 야시장,
   지구상의 주가가 오르내려도 이곳은 요지부동이네
   가격표도 못 붙이는 기다림을 사고 파는 이들
   지구를 닮은 둥근 생일 케이크처럼 부둥켜안고 울며 기도하네
   이 백열전구 같은 벚꽃이 져야 별들이 돌아올 텐데
   왕벚나무는 사시사철 시장을 밝히네
   팽목(憉木) 숲을 지나온 소금기 가득한 해풍에
   행여 꽃잎을 밟을까 이마로 걷는 이들, 잠깐 고개를 드네
   이들은 여전히 신발 가게 앞을 지나치지 못하네

 

 

 

 

 

 

 

 

 

 

 

 

신작시(박동민).jpeg

박동민 ㅣ
2017년 《시산맥》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