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8
Extra Form Output
저자 이혜미 
  매직아이



   종이 속에 계단을 숨겨놓으면
   점점 깊숙해지는 걸음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비쳐 보이고
 
   동굴 속으로 낯선 강이 흘러
   우리는 먼 눈을 가지기로 했다
 
   동공 속은
   우리가 가장 깊숙이 들어가 본 동굴
   이미 투명한 종유석과 석주들로 뒤얽혀 있었지
 
   감은 눈 너머로 흩뿌려지는
   색색의 어둠처럼
 
   굴절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돌의 오랜 파문처럼
    
   깊숙이 흐려져 본 사람만이
   아름다운 입체를 가질 수 있다고
 
   숨겨두었던 표정들을 꺼내 펼쳐 보이며
   찰나의 광년 속을 우리는 지나왔다
 
   잠겨드는 동굴의 페이지를 넘기며
   처음 보는 무늬를 지어 얻었던

   서로의 눈 속을 걷던 시간이었다




 

 

 

 

 

 

 

 

신작시(이혜미).jpeg

이혜미 ㅣ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