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신명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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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자의 고백
그래요 우리는 늘 항해중이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탐색의 나침반은 작용하고 있지요, 멀리 섬이 보이네요, 망망대해에서 섬은 잠시 기댈 수 있는 목침이지요, 항해 중의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이에요, 지상에서는 온몸이 마비되어 굳어가는 느낌, 다리와 팔과 몸이 작은 상자에 갇힌 느낌, 사방의 벽에 막힌 시선, 무엇보다도 움직이지 않는 천정을 견딜 수 없었지요, 왜 바다를 충전의 공간이라 여기는 걸까요, 끊임없이 출렁이는 내면의 세계, 물결이 이는 캔버스 속으로 한없이 항해하는 일인데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시야에 가끔씩 나타나는 혹등고래 때문일까요, 전망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특이한 섬들 때문일까요, 어쩌면 바다가 내어주는 푸른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의 습성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달빛을 덮고 갑판 위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바라봅니다, 새벽이 열어놓은 태양의 신전에서 눈부신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항해란 바다 위를 산책하는 일, 지루하지 않느냐고요? 지루할 사이가 있을까요? 파도와 구름은 늘 자유로운걸요, 또한 바다가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요, 한 번씩 들르는 항구가 나들이랍니다, 그곳에서 오래 멈춰 있을 때에야 바다에서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요, 이미 여러 개의 문항 중에서 하나를 골랐어요, 항해를 선택하는 순간 비로소 이 길에 들어선 것이지요, 기다림이란 변화를 원하는 자의 끈질긴 낚싯줄이 아닌가요, 먼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어요, 그러는 사이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통각의 고래 떼가 춤추고 솟구치고 줄달음치며 올지도 모르잖아요

신명옥 ㅣ
2006년 《현대시》 등단. 시집 『해저 스크린』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