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박지웅 | ||
|---|---|---|---|
포옹
맷돌이 몸을 맞대고 있다
위짝 구멍에 빗줄기가 들어가자
당신은 어처구니를 그러쥐고
지그시 햇곡식을 간다
갓 끊어온 빗소리 한 단과
옥수수 밭 구름 한 필
맷돌로 둥글게 그늘까지 문질러
금 가고 젖고 사무친 꿈도
여물게 걸려 홀로 속 끓인 말도
몇 홉 곱게 내려받는다
뒤뜰 달빛 두어 평에서 나온
첫 이슬 한 줌을 넣다
어처구니없이
해 넘어 잊은 것이 흘러들었는지
한동안 손을 멈추었다
돌의 품으로 지그시 쓰다듬으니
가만히 따스해지는

박지웅 ㅣ
부산 출생.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가 있음. 〈지리산문학상〉 〈천상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