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주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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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人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원주민이라는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봄철이면 중국발 황사를 다 함께 호흡합니다. 우리는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월드컵에는 붉은 옷을 입고 함께 큰 함성을 질렀습니다. 올림픽에는 ‘영미!’라고 같이 외쳤습니다.
당신과 나는 한국말을 합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까?
‘안녕’이라는 말까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니까’라는 말도 이해하겠습니다. 주어와 동사와 단어, 그 낱낱의 의미는 이해하겠는데,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당신이 목청을 높이고,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니 감정의 격함은 알겠는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자, 목소리를 낮추고, 우리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이 말은 이해하시죠.
당신 말을 한국어 ‘가’라고 부르고 내 말을 한국어 ‘나’라고 부릅시다. 누군가 우리 사이에 낀다면 한국어 ‘다’라 부릅시다.
우리, 같은 말을 하는 것입니까.

주영헌 ㅣ
2009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