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김혜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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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바벨
천 개의 달을 땄어요 당신은
따놓은 달의 꼭지에 몰래 피어싱을 하죠
귀에서 입술로 혀로 구멍을 내는 당신을 멈출 수가 없어요
바닥을 기어 다니던 립스틱으로 겨우
달의 농담(濃淡)을 조절해요
잠이 토막 나 붉은 자몽같이 톡톡 터져요
뼈만 남은 꿈을 구겨버리고 싶은 당신은
내 어지러운 뿔에 징을 박아요 통증이 반짝거려요
목구멍에서 가슴으로 배꼽으로 구멍을 내는 당신을 참을 수가 없어요
뚫어놓은 구멍마다 면발 같은 지루한 잠이 푹푹 썩어가요 달은 즉흥적으로 태어나서 피같이 쏟아지고
눈썹을 밀고 비닐 드레스를 입어요
변기에 앉아 따분한 울음을 버려요
짝짝이 귀걸이를 달고 입들과 눈이 맞아요
루머는 치약 바른 비스킷을 나누어 먹고
형식이 다른 체위는 중독을 견뎌요
몬드리안 그림 속에서
투명하게 박힌 칼이 달콤하게 썩어요
천 개의 애인이 부조리하게 무르익어요

김혜선 ㅣ
2009년 《시사사》 등단. 전자시집 『언니네 이발관』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