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성영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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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궁전
폐허를 두들겨 빨면 저렇게 흰 바람 펄럭이는 궁전이 된다. 매일 바람으로 축조되었다 저녁이면 무너지는 여름궁전은 물에 뿌리를 둔 가업만이 지을 수 있다. 젖은 것들이 마르는 계단, 셔츠는 그늘을 입고 펄럭인다.
몸을 씻으면 죄가 씻긴다는 갠지스 강 기슭에서 두들겨 맞다 이내 성자처럼 깨끗해지는 옷들, 어제 죽은 이의 사리*를 계단에 펼쳐 놓고 내일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헹구는 도비왈라들, 거품 빠진 신분들이 명상처럼 마르고 있다.
이 강에서 고요한 것은 연기 뿐,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밤이면 강물은 다시 태엽을 감고 소리를 잃은 것들은 물결이 된다. 화장장의 연기도 무시로 강물 따라 흐른다. 앞 물결과 뒷 물결이 섞여 흐르는 이곳에 오늘이 있고 산 자만이 빤 옷을 육신에 걸칠 수 있는 내일이 있다.
물소리를 베고 잠들면 잠결에도 물이 흐를까, 사내들의 팔뚝은 강기슭을 닮았다 끊임없이 궁전을 세우지만 그 안에 들 수 없는 불가촉 타지마할, 하얗게 펄럭이는 그들만의 궁전이다
* 인도의 여자 의상

성영희 ㅣ
충남 태안 출생. 2017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가 있음. 〈농어촌문학상〉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