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박성우 | ||
|---|---|---|---|
어떤 대답
우시몬 할아버지는 내가 이십 대 초반에
소록도에서 연을 맺은 할아버지다
소록도에 닿으면
이앙즈요셉 수녀님과 함께
우시몬 할아버지를 뵈러 가곤 했는데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내가 따르던 우시몬 할아버지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분이셨지만
내가 일 년 만에 찾아뵙든
일 년을 훌쩍 넘겨 찾아뵙든
인사하는 내 목소리만 듣고도
단박에 나를 알아보시고는 했다
우리는 주로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눴다 때론,
할아버지 숙소까지 따라 들어가
놀다 오기도 했는데
귤이나 빵 같은 걸 나눠 먹으며
노닥노닥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는
고장이 난 라디오를 끙끙, 손봐드린 적도 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인사하는
내 목소리만 듣고도 아 박성우!
단박에 나를 알아보시곤 하던 우시몬 할아버지,
한번은 하도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이실 텐데 매번
어떻게 나를 단박에 딱 알아보시는지
어떻게 알긴, 내가 아침저녁으로
자네를 위해 기도하니까 알지!
하루도 안 빼먹고 날마다 기도하니까 알지!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없었다

박성우 ㅣ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