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8
Extra Form Output
저자 강영은 
  오후 네 시를 지나는 두 개의 바늘



   화단과 멀어진
   다음, 그다음에도 걷겠습니다
   활짝 핀 웃음을 기다리는 당신을 향해
   걷다가 멈추겠습니다
 
   걷다가 멈추는 일이 ​습관이라면
   바람도 바람에 날리는 향기도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당신마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   나는 나를 고장 낼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람 불고 비바람 불고
   비와 바람에 섞여 화단이 춤을 춥니다
   흩날리는 꽃잎, 비가(悲歌)입니까
    
   그 무엇도 아니라는 듯
   광장은 네모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그래서 생겨납니까
   나도 광장이 될 수 있습니까
 
   심장을 울리는 분침과 초침 소리
   광장의 꽃시계가
   아칸더스 잎과 가시 없는 아칸더스 잎 같은
​   두 개의 바늘을 남깁니다
   광장은 오지 않습니다
 
   시간과
   어긋나기, 돌려나기, 갈래지기, 한통속 되기
​   이것이 광장의 약속이라면
   기다림은 광장이 피워낸 꽃입니까?
 
   당신의 습작한 꽃처럼
   백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시계(視界)이고 싶을 뿐
 
   로베르 빅토르 마리 샤를 뤼프리슈*
   난, 가시 면류관 같은 두 다리를
   지울 수 없어요! 
     
   *로베르 빅토르 마리 샤를 뤼프리슈(1866~1876). 프랑스의 화가. 다수의 꽃 그림을 습작화로 남김.







 

 

 

 

 

 

 

 

 

 

image_3930203291533271691612.jpg

강영은 ㅣ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시론』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