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장옥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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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달루시아 카사블랑카와 멕시코 카리브 해변
아이슬란드 빙하 요쿨과 케냐의 마사이 마라를 다녀올 수 있다
순식간에 다녀올 수 있다
고사리 솟는 컴컴한 골짜기와
젖은 걸레보다 더 냄새나는 지하실을 걸을 수도 있다
피는 꽃봉오리, 떠가는 구름
잔잔한 물결과 휘몰아치는 태풍, 거대한 불기둥의 치솟음도 없을 순 없겠다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마음에서 일어나는 걸까 뇌수에서 흘러나오는 걸까
남 하지 못한 내 경험으론
뇌가 망가졌는데도 생각은 멈추지 않더라는 것 ‘포도’를 떠올렸는데 ‘도포’라고 뒤집혀 나오더란 것
가지런하게만 할 수 있다면
때로 의심 많은 눈빛과 함께 걸어도 국수 가락처럼 가지런히 뽑혀 나올 수만 있다면,
곧 닥쳐올 것이다
생각과 생각, 겹쳐지고 멱살 잡고 튀어나가려고 뒤섞이고 형광등처럼 껌뻑이다가 마침내
암전으로 갈 것을
그럴 때 내가 켜놓은 사랑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다른 이의 뇌수로 옮겨가는 걸까 숙주가 사라지면 기생충도
사라지는 걸까 바이러스처럼,
회충이나 편충처럼
생각은 다 사라지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 더불어 굴러 떨어지는 흰 밤의 터널에서

장옥관ㅣ
1987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