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강신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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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룰루
플로베르가 순박한 마음을 쓰는 동안
박물관에서 빌려온 새
석상의 수염 몇 조각은 떨어져 나갔고
집은 허물어져 공장이 되었지만
앵무새는 그의 작품들과 함께 보존 상태가 좋다
100년 전의 눈은 매섭고
에메랄드빛 몸통, 장밋빛 날개 끝은 날아오를 듯하다
앵무새가 죽었을 때
소설 속 하녀는 룰루를 박제로 만들었다
가슴에 앵무새 문신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죽어갈 때 비둘기 대신 머리를 맴도는 거대한 성령은
인간의 말을 하는 희귀한 짐승이었다
“멋진 도련님, 감사합니다.”
무색무취, 순수의 반복적인 발성이
무지한 하녀와 플로베르를 탯줄처럼 이어주었을까
나는 앵무새 같은 하녀에요
섬길 줄 밖에 모르는
나는 앵무새 같은 작가에요
엠마 보바리는 나의 모방일 뿐이죠
날개 한쪽이 부러지고 뱃밥이 삐져나온 몸통을
말끔히 박제해주는 곳으로 갔을까 그녀는, 플로베르는
룰루에게 시간은 단지 먼지일 뿐이고
벌레에게 파먹혔던 울대는
잊지 않은 그 대사를 말할 수 있겠는데
박물관 횃대에 앉아
파란 이마에 입 맞춰주던 흐린 입술이 생각난 듯
갸웃거리며 방문객을 노려보는 앵무새 룰루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 같다

강신애 ㅣ
1996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 『불타는 기린』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