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김명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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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함바에 앉아 이른 점심 먹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바싹 마른 사내. 배식대를 지나 냉장고 앞을 서성이다 검은 비닐봉지에 소주 몇 병 집어넣는다. 주인이 안쓰러운 얼굴로 이제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소용없는 말을 건네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는 사내. 일주일째다. 남들 현장으로 들어서는 시간 비틀거리며 길 건너 함바로 가던 저이를 본 게. 어디선가 취해 잠들고 깨면 술 받으러 나서는 길이었겠지. 이 현장 어느 공구에서 땀에 젖던 사내를 한 번에 허물어 버린 것은 무엇인가. 검은 비닐봉지 가득 알 수 없는 사연과 망각의 시간을 쓸어 담은 그가 흙먼지 날리는 길을 비틀비틀 되짚어 간다. 그새 뜨거워진 한낮의 볕이 맥없는 사내 등짝을 어루만지는데, 나는 짐짓 또 혼잣말을 중얼거려보는 것이다.
ㅡ 그러나 사내여! 봄이다. 만신창이가 된 채 사 년이나 누워 있던 녹슨 배도 마침내 일어선 오월이다.

김명기 ㅣ
2005년 《시평》 등단. 시집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종점식당』이 있음. 〈작가정신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