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8
Extra Form Output
저자 안차애 

오른 빵의 레시피

 

 

우리 지역이 란이라는 태풍의 오른 사면(斜面)에 든다

 

난은 심심하고 둥근 빵의 이름

체적은 넓고 영양은 빈약한 구황의 빵처럼

겁 많은 것들의 표정이 비구름을 몰고 온다

바람의 통로에서는 포옹의 오른쪽이 위험하다

 

위태로운 표정을 지우려고 바람의 레시피를 외운다

오늘의 좌표는 태풍의 눈처럼 고요할 오른 빵의 사면이다

 

밀가루 다섯 컵 물 두 컵 약간 량의 이스트와 소금 올리브유

덜컹거림이 소복소복해질 때까지 알갱이는 쳐 내릴 것

습기 찬 공기가 발효 향이 될 때까지 부풀릴 것

침착한 허기가 도착할 때까지 빙글빙글 구워낼 것

오른 쪽이 옳아질 때까지 설렘은 유지할 것

 

둥글게 구르는 말만 주문으로 외우는 인디언 부족이 있었다

난을 란만큼 부풀리는 방식

란이 랑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

오른쪽에 힘이 들어가는 포옹의 역학처럼

유음의 말들은 입안에서 구를수록 둥글어진다.

 

어떤 풍속(風速)은 오래 서성거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일식의 한나절처럼

작은 시각이 큰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흐릿한 배경에서 시작된 옅은 향내가

큰 포물선의 오른 사면을 둥근 구근의 결로 구워낸다

 

 

 

 

 

 

 

 

 

 

 

 

 

image_7727382011525328060192.jpg

안차애 ㅣ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치명적 그늘』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