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문성해 | ||
|---|---|---|---|
화가
자기가 그린 사과를 먹고
자기가 그린 옷을 입고
자기가 그린 동물과 사는
남자가 있었네
무슨 의식처럼 그는
꼭 그렇게 하고 나서야 받아들였네
속옷을
웃음을
집을
가격표를 떼는 것처럼
그렇게 하고 나서야 소화가 되었네
헐렁헐렁해졌네
정이 갔네
그는 외로운 사람이었네
혼잣말이 늘어가는 사람이었네
붓은 그가 닿기 이전에
먹어주고
입어주고
냄새 맡아주었네
붉은 혀처럼
그는 결코 혼자 살지 않았네
그의 집엔 다 조금씩
축축한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있었네
나눌 것은 세상에 많고 많았네

문성해ㅣ
1998년 《매일신문》,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자라』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등이 있음.
웹진 월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