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주병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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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가 가득한 마을
생강나무 열매마다 흙냄새가 가득한 마을입니다
열매는 추분 무렵에 익는다고 합니다
수피마다 화분(花粉)과 바람이 익어서
어혈과 팔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쓴다고 합니다
추분에는 팔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거르지 않고 다녀간다고 합니다
이맘때엔 할미새도 어치도 귀밑머리가 하얗고
해가 지자 마을은 금세 적막해집니다
무등받이 마을이어서 불빛들은 더 빨리 꺼집니다
멀리서 늙은 개 울음소리가 찬 공기에 실려옵니다
등에 무거운 짐을 진 개임이 분명합니다
생강나무 마른 잎새마다 달빛이 사각거리는 밤입니다
할 수 없이 늙은 개도 잠을 자고
생강나무 열매마다 흙냄새가 가득한 밤입니다

주병율ㅣ
1992년 《현대시》 등단. 시집 『빙어』가 있음. 현재 『생각과 표현』 대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