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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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동화 

가랑비 내린다

 

 

낮게 읊조린다

스스로 고요해질 수 없어서

혼자서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가랑비

 

밤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부식되는 어둠과

온몸이 조금씩 점령당하는 베란다 밖의 풍경들

 

몸을 식히는 빗방울의 온도에

잠들지 못하는 나는

 

투명한 알이었다가 선이었다가

밤새 체위를 바꾸며

침대 맡의 창에 부러지는 방향 없는 각도

 

이런 날 소주잔을 부딪치기에는

방바닥이 좋았지만

 

바닥은 중력의 무게를 계산하지 못하고

중력은 바닥의 두께를 배려하지 않는다

 

잔은 연거푸 손목에서 넘어지고

빗소리는 속절없이 바닥에서 깨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배고픔이 그런 것이다

외로움의 온도가 그런 것이다

 

방향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것들에게

중력이 두렵겠는가

 

지상의 모든 넋두리가 엎치락뒤치락

무자비하게 섞이는 날

 

비는 하늘에서 흙으로 몸은 바닥에서 상공으로

서로를 밀당 하면서

가랑비 내린다,

하염없이

 

 

 

 

 

 

 

 

 

 

 

 

 

신작시(이동화).jpg

이동화 ㅣ

2004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 『밤마다 별을 키운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