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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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영 

 

  공정한시인의사회는 지금–여기로부터    

  새로운 '시의 역사'를 기록해 나갑니다    

 

 

 

 

“시인의 목소리로 세상에 전하는 시의 감동”

  

 

 

 

 

 

 

 

 

 

 

작파하다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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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가 한 겨우내 핏속에 모은 꽃들을

어느 봄날 문득 낙화로써 작파하듯이

꽃이 진다

밤새워 이룬 나의 시도

낙화처럼 미련 없이 작파하였다

 

도공이 한 개의 완벽미를 택하여

수없이 완성을 던져 파괴하듯이

 

나는 나의 말 나의 시들을 부수며

말들이 죽으면서 내는 희미한 울음을 들었다

 

오늘 저녁 눈이 내리고 있다

하늘의 누군가가 작파하고 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헛된 완성을 부수고 있나 보다

하늘 극치의 아름다움의 파편들은

이렇게 순결하고 부드러운 것인가

 

오늘 저녁 하염없이 아름다운 음절들이

허공에 날리고 있다

내가 버린 말들은 어디 가서

남몰래 흩날리고 있는가

녹아서 녹아서 어느 강물에

쓸쓸히 스며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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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196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가(思歌)』 『허무의 신발가게』 『풀꽃제사』 『환상의 문지기』 『라일락 나무에 사시는 하느님』 『밤에 쓴 말』 『사모곡』 『쓸쓸한 것들을 향하여』 『작파하다』 『달을 배웅하며』 『풀꽃왕관』, 시선집 『그리움의 식물성』 『누구네 이중섭 그림』 『달빛 해일』 『달을 빚는 남자』가 있음. 〈현대시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