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tra Form Output
저자 마경덕 

단풍의 속도

 

 

하루에 25킬로

남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의 군사들

군장을 메고 육십 리 남짓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는다

산의 이마와 계곡의 물소리까지

붉게 물들이는 작전은 바다 건너 마라도까지 이어진다

 

24시간 밤낮 없는 강행군

가을의 발바닥은 얼마나 부르텄을까

한 잎 한 잎 채색된 짧은 절정이 산을 타고 마을로 번져간다

 

아무도 막지 못한 계절의 속도가

남과 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봄이 화신(花信)을 들고

백두산으로 북상할 때도

쉬지 않고 걷는 발소리가 들렸다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북쪽 하늘은

아직 핏빛이다

피바다를 만드는 핵의 속도는 얼마나 되나

 

남으로 남으로 단풍은 오고

온 산이 불바다가 되어도 곱기만 한데

 

 

 

 

 

 

 

 

 

 

 

 

 

 

 

 

image_9697423451510427478776.jpg

마경덕 ㅣ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신발論』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