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안미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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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자주 봤던 사람 같다
오래 붙잡고 있던 문장 같다
흩어진 미래의 파편처럼
유행처럼
심연으로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디선가 했던 생각 같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말 같다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목소리 같다
입을 꾹 다물고
누구에게 무엇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을 보았을 때
입구에 있는 문을 열지 못하고
아주 오랫동안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악몽이라고 하더라도 차라리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든 것을
아무렇게나
흐트러트리고 싶었다
몇 번을 돌려 본 영화인데
화가 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화가 났다
투명한 돌로 태어났구나
한 번도 진심을 가져본 적 없는
얼굴
벽을 부수려는 사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움켜쥐었던 것
그런 돌로는 아무리 던져도
금이 가지 않는다
물컵에 가득 담긴 얼음
누군가 꽉 쥐었던 주먹 같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의 눈동자
내가 지른 비명은
온통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지면
흰자위가 붉게 부풀어 올랐다

안미옥 ㅣ
2012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온』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