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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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말선 

  다른 사람들

 

 

 

  한 사람으로 안 된다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른 사람들이 되었다 오늘은 키 큰 가로수와 함께 걷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많이 생겨버렸다

 

  이제부터 내 말을 하기 위하여

 

  가로수가 늘어선 길에서는 아무도 없지만 혼자 걷는 맛이 안 난다 두 팔이 어색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데 끝없이 파트너를 바꾸며 걷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뺀 나머지 사람들처럼 가로수들이 한데 묶여서 다른 사람들 흉내를 낸다 멀리서 보면 멀어져가는 사람들처럼 사라지는데 주저하지 않고 멀리서 보면 다가오는 사람들처럼 나타나는데 피할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 몇 개의 나뭇잎과 몇 개의 죽은 나방이 먹다 남은 다과처럼 흩어져 있다

 

  갑자기 소환되려고 언제든지 쏟아질 준비를 한 채 내 입을 내려다보는 가로수들 아래서 아, 입을 벌린다 놀랍게도 누가 없는 길인데도 눈빛이 너무 많아서 눈을 맞출 수 없고 난반사되는 빛 때문에 낯을 가리듯이 눈이 부시다

 

  내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등장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은 거의 다른 편이다 무리 지어서 온다 나와 다른 견해를 모아서 나에게 어쩔래, 한다 안 보이는 데 불쑥 불려지기 때문에 늘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나란히 걸으면 다정해진다 순간 한 팀 같다 춤을 추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지나간다 파트너가 줄을 섰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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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ㅣ

1998년 《부산일보》, 《현대시학》 등단. 시집 『둥근 발작』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