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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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연희 

  요란

 

 

 

  앞니가 깨지도록 오늘을 굴러요 대디가 나를 잡아채기 전에 마미가 엉덩이를 걷어차기 전에 어서어서 굴러가요 멍 안에 새로이 자란 멍 열한 시가 재빨리 한 시가 되는 일 시간의 교묘한 수법이에요 유유히 지나는 가로등 불빛처럼 얼굴이 샛노래져요 내 이름은 요란, 고장 난 시곗바늘이 한 바퀴 돌기 시작합니다

 

  부엌에서 화장실로 소파에서 세숫대야로 데굴데굴 냉장고와 부딪쳐요 텔레비전을 엎어트려요 책장에서 점프하는 순간 산산조각 나요 수십 명의 내가 요란을 주워요 요란을 뭉쳐요 나는 달걀이에요 공 벌레 아니 구멍이에요 내가 내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팔을 잃어버리고 귀를 잃어버려요 여기가 어딘 줄 모르고 나는 우뚝 섭니다

 

  쉽게 깨질 거면서 대디, 뭐 그리 단단한가요? 눈썹을 어디에 붙였죠? 날이 선 조각으로 엄지를 벨까요? 술로 쩐 빨간 코가 떨어집니다 입술이 떨어집니다 새빨갛고 두툼한 혓바닥은 마미 것, 찬장 속 접시는 깨져야만 해요 발밑에 쌓인 사금파리들아 알겠니?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대디랑 마미는 모르고 있단다

 

  요란의 진짜 이름은 찐따개년똥구녕, 이제 할 일은 요란을 없애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

 

  어서 어서 어서라는 소리가 거실을 채워요 그래 그래라는 허밍이 흘러나와요 볼링 핀처럼 우두커니 선 대디를 향해요 요란이 원하는 요란 파랗고 노란 멍의 요란 세상에 없는 꼬마가 나를 집어삼켜요 우주에서 날아든 운석에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우리가 튀어 올라요 불꽃놀이처럼 쾅쾅,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신작시(한연희).jpg

한연희 ㅣ

2016년 《창작과비평》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