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임재춘 | ||
|---|---|---|---|
잡념
간밤엔 일찍부터 꿈을 꾸었다
불면과 잡꿈과의 사이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을 썼다
꿈꾼 이야기도 많이 집어넣었다고
죄를 짓고 멀리 도망갈까?
총 앞에 서보기도 했다고
그의 깊은 잠의 안쪽에
천부적 문장이 도사리고 있다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게 쓰고 싶었다고
시인도 소설가도 잡계급에 속한다는 번역가의 말이
맘에 콕 들어박혔다
자다가 깨어 시랍시고 시답시답 쓰는 밤
창문은 너무 빨리 밝아왔다
내 신분에 맞는
잡다한 일이
하루 종일 가득하다
씻은 손을 또 씻었다
손 닦고 또 쓰고
씻어도 모자란 죗값을 다 갚을 수 없다
잡념이 나를 품었다

임재춘 ㅣ
200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오래된 소금밭』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7월
